몰래온 손님
삐리리리리! 삐리리리!
책상 위의 검정색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오~홍인이냐? 그래 형님도 드디어 개통했다~
그래 그래 이제~자주 연락하라구!”
매일 전자제품 양판점을 오가다 드디어 김여사를 설득하여 비싼 돈 주고 PCS를 구매했다.
스피드 011을 사고 싶었지만 시티폰을 사서 쓰다 반년도 못쓰고 다시 구매하는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PCS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집 앞에 공중전화가 있어서
집안에서도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직원의 꾐에 빠져
씨티폰을 샀다가 툭하면 끊기는 무용지물이 되어
있는 둥 마는 둥 쓰지도 않는 씨티폰이었는데!
학교에라도 들고 다닐라 치면 쪽팔리고 무안함에 몸부림 쳤었는데!
멋진 모토로라는 아니어도 전화도 되고 문자도 되는 PCS라니!
그것만으로 감지덕지였다.
핸드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현대 문명의 상징이며
밀레니엄을 대비하는 우리 X세대만의 특권이었다.
누구나 다 한대씩 주머니 볼록하게 핸드폰을 담아 다니기에
나도 그 대열에 끼었다는 것 만으로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다만 그 핸드폰이 나의 족쇄가 되어 마마보이 마냥
김여사에게 어디라고 일일이 보고하는 것이
영 불편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다.
그러나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여자 친구도 없고 학교와 ‘정거장 여관’만 뺑뺑이 돌던 나에게
핸드폰은 그리 효율적인 활용품이 되지는 못했다.
분명 씨티폰과 달리 송신과 수신이 모두 다 되는 최신식 폰인데
김여사와 홍인이 그리고 몇몇 남자 녀석들 외엔 수신이 안 되었다(전화 오는 여자가 없으니···)
물론 거는 것도 한정적 이었지만···
결국 벽돌 만한 핸드폰은 가방 깊숙이 넣어 다니고
내가 전화를 할 때만 찾게 되는 또다른 씨티폰이었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나를 찾는 전화는 보통 언제 오냐는 김여사의 전화
아니면 여자 친구와 사이가 좋지않을 때 짜증내며 뒷담화 하는 홍인이가 거의 90%였다.
아! 지연이와 홍인이의 사이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꽤나 잘생기고 돈도 잘 쓰고 유머스럽기까지 하여 여자에게 인기가 많던 홍인이는
한 여자에 정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바람기도 다분하고 워낙 인기도 좋았으니까.
그런 덕에 나까지 과 동기였던 지연이와는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와서 같이 술 먹다 돈도 안 내고 몰래 대실 하던 일들이 있는데
전 남친의 절친인 내게 아무리 친하다 해도 살갑게 대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런 탓에 2학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지연이를 보면
그냥 안녕하고 안부인사 정도만 나눌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지들이 하고 이별은 내가 하는 느낌이랄까?
친한 친구가 서먹해지는 느낌이 좀 아쉽긴 했지만
이것이 남자의 세계이고 강호의 도리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그날도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에서 주섬주섬 책을 챙기는 데 전화기의 진동이 울렸다
‘징~~~, 징~~~’
“왜~요~~?”
나에게 전화 올 사람은 거의 김여사와 홍인이로 정해졌 있기 때문에 나는 여보세요라는
수신 멘트보다는 왜요라는 말을 즐겨 썼다.
“뭐야? 웃긴다~ 왜요는 뭐야?
“??? ???”
생소하지만 낯익은 목소리 지연이였다.
아마 지금처럼 발신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뜨는 기능이 있었다면 받을 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었을 것이다.
“오수혁 오늘 뭐해? 바빠?”
“아···그게··· 아니 별일은 없는데···”
“그럼 지금 잠깐 홍대로 와, 괜찮지?”
“어···.알았어···”
지연이의와의 전화를 끊고 나니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친한 동기이기는 하지만 내 절친의 전 여친!
거기다 우리 여관에서 거사를 치른 것까지 다 알고 있는···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나는 할말도 없는데.
이건 무슨 경우인지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별수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 기껏해야 홍인이 자식 근황이나 물어보겠지···
넋두리나 들어줘야지. 이놈의 팔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홍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홍대역에 도착하고 보니 어디서 보자는 말을 안 했던 거 같았다.
개찰구를 지나 항상 가던 홍대 먹자 골목 쪽 입구로 나가서 전화를 하려고 가방을 뒤적이는데
웬 차가 와서 서더니 “빵”하고 경쾌하게 경적을 울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지연이 밝게 웃으며 타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수혁아~ 타!”
놀랐던 것인지 쭈뼜거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승용차라니! 당시에 학생이 차를 끌고 다니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여자가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은 과에 한 명도 없었을 시기였었다.
지연의 차에 타면서 솔직히 지연이가 차를 끌고 온 모습에 기가 죽은 것도 있지만
이런 여자를 차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홍인이가 좀 부럽기도 했다.
외모도 이 정도면 준수하고 차까지··· 조금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너 차샀어? 아니···원래 있었나? 몰랐네···”
“아니···언니 차 가지고 나왔어. 그냥 지하철 타기 싫으네 오늘은.”
지연이는 밝게 웃으며 타라는 아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약간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지연이가 차를 몰고 간 곳은 월미도였다.
지연이는 바다가 보이는 월미도의 한 횟집에 차를 세우고 횟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지연이를 따라가다 흠칫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지를 계산했다.
‘어···.이거 좀···위험한데..’
그래도 명색이 남자라 보통 여자와 술을 먹거나 밥을 먹을 땐
남자가 계산을 하는 것이라 배웠는데
횟집은 지금 주머니 사정으로는 좀 버거웠다.
거기에 관광지의 횟집이라니···
안 그래도 좀 부담스러운 만남인데 주머니 사정까지 불안하니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결국 지연이를 따라가 횟집에 앉았다.
지연이는 많이 와 본건지 자연스럽게 모듬회와 이것저것을 시키고 있었다.
‘아. 박홍인 이 개쉐리. 니가 이렇게 나에게 엿을 먹이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문을 마친 지연이가 내게 말했다.
“오수혁 걱정하지 마라 한숨 소리 여기까지 다 들린다.
내가 살 테니까 걍 한잔하자...”
“무슨···.뭐.. 지금 가진 게 없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분위기도 그렇고, 지갑 상황도 그렇고···
나는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지연이에게 일부러 익살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래 오수혁 난 니 그런 모습이 좋더라~
너 알지 나 이제 거의 '팽' 된거? 한잔할 사람이 별로 없어”
사실 그랬다. 홍인이와 헤어진 후 소문이 안 좋게 난 것인지
아니면 같은 나이에 ‘오빠, 오빠’하며 붙어 다니던 것을 여자 아이들이 알았는지
지연이는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투명인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남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였지만 홍인이는 지연이와의 관계를 빗대어 가며
연애 상담 정확히는 밤일 상담을 해주기도 했었으니,
홍인이과 헤어지고 난 뒤 남자아이들이 지연이를 보는 시선은
나처럼 보기 불편한 놈과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놈들 두 부류였다.
아마 지연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안주와 술이 나오자 지연이는 천천히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한 자리였다.
지연이도 느꼈는지 천천히 아무 말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만 마시고 있었다.
그런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깨며 지연이가 먼저 입을 뗐다.
“뭐 이렇게 썰렁하냐? 나랑 있는 게 어색해?”
지연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난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기껏 생각 해낸 말이 나의 특기이자 장기인 썰렁한 농담이었다.
“뭔 소리야~이자식아!
여기 회 비싸서 일부러 천천히 음미하면서 맛을 느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일부러 짜내어 던진 나의 실없는 농담의 의도를 알아챈 건지
지연이는 엷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 보았다
“치 웃기네. 내가 낼 꺼니까~ 걍 드셔~
대신 이제부터 넌 회만 먹어 갈 때 운전해야 하니까”
“··· ···”
지연이가 웃으면 던진 말에 나의 분위기가 더 횅해졌다.
운전면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기···나···면허가 없는데···”
내가 창피해 하면서 말하자 지연이가 간만에 활짝 웃으면 말했다.
“알고 있거든 오수혁~ 너 면허 없다고 했잖아 저번에.
일부러 이야기 해 본거야.”
“우씨~나쁜 자식이 왜 개쪽을 주고 그래!
안 그래도 혼자 쪽팔린데”
속에서는 쪽 팔려서 죽겠었으나
어떻게든 내 스스로 감정을 타개해 보려고 다시 농담을 던졌다.
“그래요? 쪽팔렸어요?"
나의 시덥지 않은 개그에 활짝 웃는 지연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긴장과 불편함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한잔 두잔 더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우리의 예전 모습대로
편한 친구 관계로 지연이를 대하고 있었다.
술이 들어가자 지연이는 점점 웃음이 많아지고 혀가 짧아지고 있었다.
계속 이런 저런 농담과 여관에서 일어난 이야기 등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연이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마디를 했다.
“오수혁!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난 당황스러워서 뭔가 잘못한 게 있나?
하지 말아야할 이야기를 했나?
일부러 홍인이 이야기도 안 하고 있는데 뭐지?
뭐 때문에 이런거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지연이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눈치 드럽게 없어 너”
지연이는 혀가 꼬인 목소리로 나를 보며 한 숨을 쉬고는
다시 술을 한잔 따라 입에 가져가려 했다.
나는 지연이의 손을 잡으며 지연이가 술을 먹으려는 것을 말렸다.
“야 그만 마셔, 많이 취했어~”
지연은 나의 손을 뿌리치며 술 한잔을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 눈치 없지 않냐? 여자가 너 만나러 차까지 끌고 와서,
바닷가까지 와서 술 먹고 있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냐? 감이 안 오냐”
갑작스런 지연이의 말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뭐···뭔 소리야? 답답해서 술 한잔 하자며?”
지연이는 그렇게 말하는 나를 답답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왜 답답할까? 왜 그런 생각 은 안하고?”
“그야···홍인이랑..헤어져서 그런 거···”
홍인이이야기를 하자 지연이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약간은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했다.
“아 헤어진 이야기는 왜? 너 진짜 눈치 없어~
나 걔랑 사귀기 전부터 너 좋아했어~ 그리고 지금도"
지연이의 직접적인 말에 기분은 싫지 않았으나 당황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몸매도 얼굴도 괜찮은 아이였고 1학년 초부터 나도 관심은 있었으나
홍인이가 먼저 가로채 버려서 아쉬운 맘도 없지는 않았던 지연이였지만,
지금은 그저 당황스럽고 피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였다.
“지연아 많이 취했다. 일단 일어나자.”
취한 지연이를 부축해서 횟집을 나오려니 계산이 문제였다.
지금 먹은 것은 내 지갑상황으로 감당이 안되어 걱정하고 있는데
비틀거리던 지연이는 가방을 열어 지갑을 내게 주었다.
“너 돈 없잖아 이걸로 계산해”
“어···. 그래 나중에 내가 좋은데서 한잔 제대로 살게···”
지연이는 지갑을 전해 주고는 내 어깨에 기대어 말도 안고 거친 숨만 몰아 쉬었다.
어찌저찌 계산을 하고 차로 돌아 가려는데 더 막막했다.
지연이는 취해서 운전을 못하고 나는 면허가 없고,
차에 잠깐 앉아서 있어도 지연이가 깨서 운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집까지 택시 타고 가기도 애매하고...
밖에 나와 지연이를 부축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를 모르는데 횟집 뒷편으로 밝은 불빛이 비쳐왔다.
'로즈 모텔'
머리 속이 더 복잡해져 왔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어쩔 수 없이 지연이를 끌고 모텔을 향했다.
술 취한 지연이를 끌고 어찌저찌 계산을 하고 키를 받으니
모텔 직원인 젊은 남자가 웃는 얼굴로 좋은 밤 되라며 인사를 했다.
약간은 부러움 섞인 친절한 비아냥,
아! 저거 나의 주특기인데!
남의 모텔에서 저런 인사를 받으니 참 아이러니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밤은 지랄, 나도 좋은 밤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 타고 3층을 누르자 부축하고 있던 지연이 갑자기 내게 안겨 왔다.
계속 허리를 감싸 안아 내 어깨에 기대게 하고 횟집에서 여관까지 끌고 왔더니
허리가 아픈 것인지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자 마자 내 품에 안겨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머리 속이 더 복잡해졌다.
지연이의 샴푸 냄새와 향수 냄새가 내 품 안에서 확 느껴지자
당황스럽기도 하고 ‘확! 욕심을 내볼까?’하는 마음도 들고,
‘아니다 참아야 한다’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에 1층에서 3층까지의 시간이 몇 분은 되는 것 같았다.
멈춘 것 같던 시간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다시 흘렀고
나는 품 안에 지연을 안은 채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허리를 감싸 안고 가는 것보다는 몇 배는 힘들었지만 싫지 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힘들게 방문을 열고 지연이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 나니 지연이의 체취와 촉감이 뒤늦게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누워있는 지연이를 보니 이제야 지연이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른 진한 화장에 세미 정장 스타일, 여지껏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쁘장한 꼬꼬마 동기가 아닌 성숙한 여자의 모습으로 지연이 눈앞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지연인 내겐 불알 친구의 전 여친이고,
백 번 양보해서 생각해도 남자친구와 헤어져 외로운 친한 여자사람이었으니.
나는 욕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친구의 전 여친인 지연이를 사귈 용기가 없었으며
또한 사귀지도 않으면서 욕심을 채운다면
상처는 고스란히 그녀가 받을게 뻔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나오니 그래도 정신이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거의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지연을 보고 있으니
다시 내 안의 욕심이 꿈틀대었지만 꾹꾹 눌러 참으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가방의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몇 통의 부재중 통화가 와있었다.
아마도 김여사이리라. 자고 있는 지연의 옆에서 지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술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네···
내가 운전할 수 있음 깰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먼저 갈게. 미안해.’
지연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잠을 자고 있는 지연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한번 더 보니 내 안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본능에 이성이 잠식당하기 전에 문을 열고 나왔다.
찜찜하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택시를 타고 인천역으로 와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내내
지연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같이 있을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같이 있었다면 나도 나를 어쩌지 못했을 것이고
그 뒤는 더 힘들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불편해지고 있었다.
복잡한 마음에 다시 지연이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걱정이 되네···
근데 같이 있으면 내가 나쁜 놈 될게 뻔해서···.
미안···. 일어나면 전화 줘’
문자를 보내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죄책감에서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 이랄까?
집에 도착하자 마자 김여사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이놈의 새끼 핸드폰 사달라고 그 지랄을 하더니
받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지고 다녀!”
엄마의 욕을 한 바가지 들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거 같은 느낌이었다.
핸드폰이 꺼졌었다는 말로 변명을 하고 방으로 돌아와 누우니 모든 일이 꿈같았다.
그제서야 술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머리는 복잡하고 아픈데 기분은 괜히 좋아졌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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